'번들링' 전략은 '끼워팔기'와 달라야 한다

입력 2022-11-11 14:34   수정 2022-11-11 15:57



다음 품목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 햄버거 세트
⊙ 편의점 2+1 이벤트
⊙ 스키장 시즌권

이들은 모두 묶음가격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묶음가격(price bundling)은 두 가지 이상의 상품을 결합해 개별적으로 구매할 때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전략을 일컫는다. 번들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묶음가격의 기본 유형은?
묶음가격은 기본적으로 순수묶음과 혼합묶음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순수묶음가격(pure price bundling)은 상품을 묶음으로만 구매할 수 있고 개별적으로는 구매할 수 없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예로 항공, 숙박, 식사, 입장권 등이 포함된 패키지 여행이나 강습, 장비 렌탈, 리프트권, 숙박 등을 결합한 스키캠프를 들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 일정을 짜느라 골치 아프지 않고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선택권이 없어 원하지 않는 상품도 함께 구매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혼합묶음가격(mixed price bundling)은 상품을 개별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데 묶음으로도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예컨대 스포츠센터에서 헬스, 수영, 골프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헬스+수영, 헬스+골프 등 패키지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통신사에서 초고속인터넷, 이동전화, IPTV 등을 패키지로 판매하는 것도 그런 예다.

혼합묶음은 상품을 어떻게 묶는가에 따라 리더묶음과 결합묶음으로 구분된다. 혼합리더묶음(mixed leader bundling)은 A라는 리더 상품을 구매하면 B라는 상품을 할인해 주는 것이다. 예컨대 차량의 오일을 교환한 고객이 에어필터를 교체하는 경우 할인해주는 것이다. 스키장 리조트에 숙박하는 고객에게 리프트권을 할인해 주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또는 스키장 시즌권을 구매한 고객에게 객실 등 부대시설을 할인해 주기도 한다.

혼합리더묶음에서 상품 A는 기본적으로 가치가 높고 수요가 많은 것으로 한다. ‘리더 상품’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반면 상품 B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고 수요가 적은 것으로 한다. A와 B을 묶어 A에 대한 많은 수요를 지렛대로 활용하며 B를 큰 폭으로 할인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이다.

혼합결합묶음(mixed joint bundling)은 두 개 이상의 상품을 고정된 가격으로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흔히 레스토랑에서 세트나 코스 메뉴로 이 방식을 활용한다. 햄버거를 먹는 사람은 어차피 음료수를 마실 것이다. 그런데 감자튀김까지 세트로 해서 싸게 판다. 자연스럽게 세트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문하기도 간편하고. 병원 건강검진센터는 다양한 종목의 검진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성형외과도 쌍꺼풀 수술과 코 수술을 동시에 하는 패키지를 제공한다. 전자회사가 스피커를 개별적으로 판매하지만 TV와 결합해 특별 가격에 판매하는 것도 해당된다.



묶음가격이 적합한 상황은?
묶음가격은 언제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 묶음가격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효과적이다. 첫째, 기업이 여러 가지 상품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 상품들이 서로 보완적인 상황이다. 보완재(complements)란 두 상품을 따로따로 소비했을 때의 효용을 합친 것보다, 함께 소비했을 때 총효용이 증가하는 상품을 말한다. 협동재라고도 부른다. 도너츠와 커피, 팝콘과 콜라, 딱 맞는 궁합이 아닌가? 이런 상품들은 함께 이용하면 시너지가 생기며 고객이 체감하는 만족과 가치가 높아진다.

둘째, 기업이 취급하는 상품들이 매우 다양하며 각 개별 상품의 가치 인식이 고객별로 많이 다른 상황이다. 비록 각 상품에 대해 느끼는 가치가 고객마다 다르더라도, 상품들을 묶으면 개인별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 넷플릭스를 생각해 보자. 다양한 영화들을 묶음으로 제공한다. 이용자들이 개별 영화의 가치를 동일하게 인식하지 않지만 수많은 영화들을 묶어 제공하면 그런 차이는 서로 상쇄된다. 개별 영화에 대한 선호는 이용자 간에 차이가 있더라도, 묶음에 대한 선호는 그 차이가 대폭 줄어든다. 평균적으로 묶음 전체의 가치는 높아지는 것이다.

셋째, 상품들의 고정비용은 매우 높은 반면 한계비용(marginal cost)은 없거나 낮은 상황이다. CTAV, 소프트웨어, 영화, 음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포티파이(Spotify)나 멜론 같은 음원 사이트의 경우 한 곡을 추가로 판매하는 데 드는 비용은 거의 없다.

넷째, 구입 자체를 망설이는 고객이 즉시 구매하게 하거나 추가 구매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마트에 온 소비자가 1+1 이벤트나 BOGO(Buy One, Get One)를 보는 순간 유리한 조건이라는 생각에 당장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심지어 경쟁 상품을 구매하러 왔던 사람도 매장에서 마음이 바뀌게 될 수 있다. ‘하나는 덤’이라고 느끼며 체감하는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섯째, 가격탄력성이 높고 경쟁이 심한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상품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자 하는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윈도우와 묶음으로 제공되면서 당시 절대강자인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를 이기고 웹브라우저의 대명사로 등극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최근 구글 크롬이 웹브라우저 시장의 1위로 올라 선 것을 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역시 영원한 1위는 없는 법!)

유튜브 뮤직이 유튜브 프리미엄과 결합되면서 이용자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물론 광고가 없고 백그라운드 재생이 가능하다는 점이 유튜브 프리미엄을 선택한 주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는 당연히 음원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으로 생각하던 사람들이 유튜브 뮤직으로 대거 이동한 것이다. 이렇게 단기간에 음원 시장의 판도가 바뀌는 것을 보면 묶음가격의 강력한 파괴력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묶음가격의 혜택은?
묶음가격은 기업에게 여러 혜택을 줄 수 있다. 한 상품에서의 경쟁 우위를 다른 상품으로 확장해 전체 수익을 늘리며 고객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묶음가격은 실질적인 가격차별화를 통해 리더 상품의 수요를 증대시키며 다른 상품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그 결과 기업은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또 거래비용이나 복잡성을 감소시켜 원가절감을 달성할 수 있다. 이렇게 시너지 효과를 얻은 기업은 더욱 낮은 가격을 제공할 수 있어 진입장벽을 구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아마존은 상품들을 묶음으로 판매하며 경쟁사에 비해 싼 가격을 제시하면서도 전체 마진을 극대화한다. 아마존이 강조하는 묶음의 기본 원칙은 함께 구매할 때 고객 경험이 개선되거나 편리해지는 것이다. 한 가지 유형은 아마존이 관련된 상품들을 최적으로 구성해 특별한 가격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예컨대 카메라와 함께 스트랩, 메모리카드, 렌즈, 삼각대, 플래시 등 액세서리를 묶어 제공한다. 구매자가 각각 고르려면 며칠이 걸려야 할 노력을 줄여 주며 잘 어울리는 조합을 제시하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다른 유형은 구매하려는 상품과 자주 함께 구매된(frequently bought together: FBT) 상품들을 추천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비자 구매행동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어 효과적인 묶음이 가능하다.

묶음가격은 고객에게도 여러 혜택을 준다. 우선, 상품들을 개별적으로 구입하는 경우보다 저렴하다. 묶음이 많아질수록 할인되는 폭도 커질 수 있다. 게다가 묶음의 상품들은 서로 보완적이거나 관련되어 있어서 함께 이용하면 가치가 증가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묶음은 함께 사용할 때 더 효과적이도록 고안된 경우가 많아 효율성이 높아진다. 또 거래하는 절차나 시간이 줄어 구매 경험이 편리해진다. 여러 업체와 협상할 필요가 없고 지불 절차도 간단해진다. 스키장 시즌권을 이용하는 경우와 매번 리프트권을 구매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자. 테마파크의 빅5, 자유이용권이나 연간회원권도 마찬가지다.

묶음가격의 특수 유형은?
묶음가격은 앞에서 살펴본 기본 유형을 넘어서 다양한 특수 유형으로 확장해 활용할 수 있다. 우선, 상품들을 동시에 묶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버리자. 교차쿠폰(cross-coupon)이 한 유형이다. 교차쿠폰은 한 상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다른 상품의 쿠폰을 지급하는 것을 일컫는다. 예컨대 C 우유를 구매한 고객에게 D 씨리얼 쿠폰을 제공하는 것이다. 만약 C 우유를 구매한 고객이 쿠폰을 사용해 D 씨리얼을 구매하면 C와 D를 특별한 가격에 구매한 것이다. 비록 판매 시점은 다르지만, 기업은 두 상품을 묶어 판매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는다.

할인 리베이트도 묶음가격의 특수 유형이다. 누적 구매액이 일정 수준을 달성했을 때 리베이트를 주는 것은 여러 번의 구매를 묶어 특별한 가격에 제공하는 셈이다. 스탬프 10개를 받으면 무료로 상품 하나를 제공하는 로열티프로그램이나 여러 개 구매하면 할인해 주는 수량할인도 유사하다.

주제품(main product)과 함께 사용해야 하는 종속제품(captive product)에도 묶음가격이 적용된다. 종속제품의 예는 전자책, 캡슐커피, 면도날, 비디오게임, 프린터 토너 등이다. 기업은 흔히 주제품에 대해서는 낮은 가격을 책정하고 종속제품에 대해서는 높은 마진을 보장하는 가격을 책정한다.

예컨대 아마존은 킨들(Kindle) 리더기와 태블릿 판매로는 별 이익을 얻지 못한다. 아마존이 기대하는 것은 고객이 태블릿으로 보거나 듣게 될 전자책, 음악, 영화 등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우리 회사는 고객들이 킨들 기기를 구매할 때가 아니라 이 기기를 사용할 때 돈을 벌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주제품과 종속제품을 결합해 특별한 가격에 판매하며 매출과 이익을 증대하는 것이다.

보통은 기업이 상품들을 선정해 묶음으로 제시한다. 여러 가지 스낵을 묶어 번들로 제시하는 것처럼. 하지만 고객이 선택하는 묶음(choose-your-own bundle)도 가능하다. 편의점에서 만원에 맥주 4개를 마음대로 골라 잡도록 하는 것처럼. 선택권은 고객에게 주면서 묶음의 혜택을 살리는 것이다.

기존 고객과 다른 고객을 묶는 유형도 가능하다. 예컨대 통신사의 가족 결합 할인이나 KTX의 4명 가족석이다. 가족회원 요금도 정회원과 가족회원을 결합해 묶음가격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냥 두면 경쟁사로 갈 가능성이 있는 잠재고객을 선점하는 효과가 있다.

자사 상품과 타사 상품을 묶는 유형도 가능하다. 영화를 관람한 고객에게 할인을 제공하는 식당은 영화관람과 음식을 묶어 판매하는 것이고, 쇼핑몰 전체 매출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심지어 경쟁사들이 결합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컨대 오크밸리, 용평리조트, 웰리힐리파크, 하이원리조트가 통합시즌권 ‘X4+ 시즌패스’를 출시했다. 겨우내 4개 스키장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통합시즌권이다. 각 스키장이 개별적으로 발행하는 시즌권을 결합했으니 묶음가격의 묶음이다.



묶음가격. 그 파급력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창의적 발상이다.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묶어야 할까? 가격은 어느 수준으로 해야 할까?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고객이 지불한 금액에 비해 느끼는 가치가 높아야 성공할 것이다. 고객이 원하지 않는 상품을 구매하도록 강요하는 ‘끼워팔기’와 구별되는 지점이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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